앞서 살펴봤듯이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신체·물건'은 압수·수색영장의 필요적 기재 사항이다.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은 영장 기재 범위 안에서만 적법하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영장을 발부한 법관이 삭선을 그어 명시적으로 기각한 부분은 더 엄격하게 본다(1).
(1) 서울고등법원 2022. 5. 18. 선고 2020노2058 판결(대법원 2022. 9. 15. 선고 2022도6686 판결로 확정), 대법원 2022. 6. 30. 자 202모735 결정(원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21. 자 2019보9 결정), 서울고등법원 2022. 12. 7. 선고 2020노367 판결(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2도16718 판결로 확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1. 13. 자 2022보7 결정(대법원 2025. 3. 18. 자 2025모264 결정으로 확정) 등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한 작업 장소와 전자정보가 저장된 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흔하고, 국경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압수·수색의 장소적 범위와 관련해 특히 원격지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문제가 된다.
1. 원격지 압수·수색
1-1) 외국계 이메일
수사기관이 적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피의자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이를 기초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중국 회사가 제공하는 피의자의 위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그 계정 내 자료들을 압수한 사안
법원은 피의자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이메일 등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적법함은 물론, 압수·수색할 전자정보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수색장소에 있는 컴퓨터에 있지 않고 그와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되어 제3자가 관리하는 국외 원격지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수색장소 내 컴퓨터로 내려받거나 현출시키는 것이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인터넷서비스이용자인 피의자에게 허용한 접근 및 처분권한과 일반적 접속 절차에 기초한 것으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려면 다음 사항이 요구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도9747 판결).
1. 피의자의 이메일 계정에 대한 접근권한에 갈음하는 영장을 발부받을 것
2. 영장 기재 수색장소 안에 있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할 것
3. 피의자가 접근하는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그 원격지의 저장매체에 접속할 것
1-2) 텔레그램
압수·수색영장에 압수·수색의 방법으로 "텔레그램 PC버전의 로그인 입력창에 피고인이 사용하던 '010-****-****' 휴대폰번호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입력해 텔레그램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자료를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음"이라고 기재된 사안에서 법원은 수사기관의 컴퓨터를 통해 피의자의 텔레그램 계정에 접속해 텔레그램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내려받는 것도 적법한 압수·수색의 방법이 된다고 판단했다(수원지방법원 2021. 4. 15. 선고 2019고단936, 3465, 4142 판결(항소심인 수원지방법원 2021. 10. 5. 선고 2021노2564 판결에 의해 파기되었으나 그 이유는 검사의 공소사실 변경과 죄수관계에 대한 법리오해로 압수·수색의 적법성과는 무관하였다. 위 항소심 판결은 상고심인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14184 판결에서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확정되었다.).
1-3) 클라우드 서버
가) 클라우드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공한 경우
법원은 피의자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면서 클라우드 등 제3자가 관리하는 원격지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한다는 의사로 수사기관에게 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임의로 제공했다면 위 클라우드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 자체를 임의제출한 것으로 보아 수사기관이 해당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내려받은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0도14654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1. 9. 14. 선고 2021노114 판결(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1도13276 판결로 확정).
나)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 중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등 일부를 기각했음에도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 서버를 수색한 사례
대법원 2022. 6. 30. 자 2020모735 결정(원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21. 자 2019 보9 결정)
피압수자는 VDI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였다. 직원들은 부여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소속 팀이 가상 데스크톱에서 활용하는 팀룸 폴더에 업무 자료를 보관해 팀원들과 공유했다. 업무 자료는 업무용 컴퓨터 자체에는 저장되지 않고, VDI 서버에 저장되는 구조이다.
수사기관이 발부받은 영장(제1차)은 아래와 같이 '압수할 물건'에 "클라우드, 웹하드, 전산망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 부분이 일부 기각된 것이었으나 수사기관은 위 VDI 서버 내 팀룸 폴더를 탐색했고, 거기서 사건과 관련있어 보이는 이메일을 발견했다.
영장 내용 중 일부
바) 이 사건 피의자들이 범죄행위에 제공되었거나, 경력직 채용과 관련된 업무자료 또는 유출된 00의 기술자료가 저장되어 있는클라우드, 웹하드, 전산망 서버에 보관된 전자정보,전자우편
수사기관은 위 팀룸 폴더에서 발견된 이메일을 선별하여 피압수자 회사 직원으로 하여금 별도 USB에 저장·봉인해 보관하게 한 후 제1차 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압수할 물건'에 'VDI 서버와 팀룸 폴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된 압수·수색영장(제2차)을 발부받아 팀룸 폴더에서 전자정보를 압수했다. 제2차 영장 청구 당시 수사기관은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로 VDI 서버 내 팀룸 폴더에서 위 이메일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2차 영장의 집행에 따른 압수가 위법하다고 보았다. 제 1차 영장을 발부할 당시 판사가 '클라우드 저장 전자정보' 부분을 기각했음이 명백하므로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수색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제1차 영장 집행 당시 수사기관에 VDI에 접속된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팀룸 폴더에서 파일을 탐색하여 내용을 확인하고 보존조치를 한 것은 영장에서 허용한 수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위법하고, 제2차 영장에 의한 압수는 제1차 영장 집행 당시 위법한 수색으로 알게 된 사정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자정보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법리를 설시했고, 이는 후속 판결에도 그대로 원용되었다.
대법원 2022. 6. 30. 자 2020모735 결정 중 일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구현하고자 하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물건'을 특정하기 위해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함부로 피압수자 등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참조).
정보처리장치와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된 원격지의 서버 등 저장매체는 소재지, 관리자, 저장 공간의 용량 측면에서 구별된다.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원격지 서버에 접속하고 그곳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로 내려 받거나 화면에 현출시키는 절차가 필요하므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자체에 저장된 전자정보와 비교해 압수·수색 방식에 차이가 있다. 원격지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는 그 내용이나 질이 다르므로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정도도 다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수색할 장소'에 있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저장된 전자정보 외에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저장 전자정보만 기재되어 있다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
다)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사례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1452 판결
피의자를 사기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임의제출받은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과 동영상을 발견하자 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사안이다. 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진,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 저장매체'였고, '수색할 장소'는 피의자의 주거지였다. 수사기관은 위 영장 집행 도중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다른 휴대전화를 발견하여 이를 압수했고, 그 휴대전화가 특정 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되어있는 상태를 이용해 해당 클라우드 서버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내려받아 압수했다.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저장 전자정보만 기재되어 있다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 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클라우드에서 발견한 불법 촬영물 및 이를 제시해 수집한 관련자들의 진술까지 모두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라)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원격지 부분을 명시적으로 기각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2. 12. 7. 선고 2020노367 판결(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2도16718 판결로 확정)
법관이 검사의 청구에 따라 특정 회사의 사무실과 전산 서버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색할 장소'와 관련해 '위 건물 내의'라는 문구를 포함시켰음에도 수사기관이 국외 원격지 클라우드 시스템 서버 내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한 사안이다. 이에 검사는 '압수·수색·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란 말미에 수사보고 기재 내용과 같다는 내용을 포함시켰고 해당 수사보고에 '서버(클라우드 서버 포함)'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압수할 수 있는 대상에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위 수사보고서가 증거로 제출된 바도 없으며, 해당 수사보고의 내용은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때 참고로 기재한 부분에 불과해 영장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주장을 배척했다.
2. 휴대전화 압수·수색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인해 휴대전화에는 업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바다'라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에는 통화녹음, 메신저 대화 등 교신 내역은 물론, 연락처, 일정표, 메모의 내용과 그 생성·열람·삭제 정보, 소셜미디어 활동 정보,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나 입력한 검색어 정보, 문서·사진·동영상 파일 및 이를 생성·다운로드·송신·수신·열람·공유한 정보 등이 각각의 행위별 시간과 장소 정보까지 포함한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정보의 민감도 측면에서도 개인의 사생활, 건강 상태, 의료 기록, 금융거래 등 가장 내밀한 영역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는 더욱 확장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최근 휴대전화의 압수·수색에 대해 그 적법성을 엄격하게 판단한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전자정보의 압수·수색에 있어 원칙은 '현장 선별'이다. 정보저장매체의 '원본 반출'은 '현장 선별'은 물론 '복제본 반출'마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2단의 예외 조건을 충족해야 적법하다. 그러나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경우 실무상 '원본 반출'이 원칙처럼 운용되고 있다.
1)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명시적인 기재가 필요하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24. 9. 25. 자 2024모2020 결정
가) 사실관계
사법경찰관이 '압수할 물건'에 '정보처리장치(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등) 및 정보저장매체(USB, 외장하드 등)에 저장되어 있는 본건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회계, 회의 관련 전자정보'라고 기재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준항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사안이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 없으므로 위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준항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2024. 9. 25. 자 2024모2020 결정 중
휴대전화는 정보처리장치나 정보저장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통신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컴퓨터, 노트북 등 정보처리장치나 USB, 외장하드 등 정보저장매체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휴대전화, 특히 스마트폰에는 통신의 비밀이나 사생활에 관한 방대하고 광범위한 정보가 집적되어 있다.
이와 같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는 컴퓨터나 USB 등에 저장된 전자정보와는 그 분량이나 내용, 성격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얻을 수 있는 전자정보의 범위와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도 크게 다르다. 따라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압수할 물건'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영장으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2)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관련해 '압수할 문건'의 기재 문제, '압수·수색의 대상 및 방법의 제한' 위반 문제(포괄압수 문제),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 의무 위반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22. 5. 18. 선고 2020노2058 판결(대법원 2022. 9. 15. 선고 2022도6686 판결로 확정)
수사기관은 피고인 A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관하여 2통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고, '압수할 물건'에서 판사가 삭제한 부분을 지키지 않고 휴대전화 원본을 '압수할 장소' 외부로 반출하였음. 또한 사무실에서의 전자정보 복제 행위가 혐의사실 관련성에 관한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자정보 상세목록 교부를 할 때 세부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db 파일 전체에 대한 해시값 등을 기재한 사건
쟁점이 된 영장의 4항 중
피의자 A,C, B, AQ, BI, BJ가 보유·보관·사용하는 휴대전화 또는 통화(또는 문자나 채팅 등) 가능한 태블릿 PC및 휴대전화와 태블릿 PC에 저장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문자메시지,연락처, 일정표, 사진, 동영상, 녹음파일,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 등 전자정보
- 판사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사가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압수할 물건' 제4항 중에서 '휴대전화 또는 통화(또는 문자나 채팅 등) 가능한 태블릿 PC에 저장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문자메시지, 녹음파일, 카카오톡 등 SNS 메시지 전자정보'만을 남기고 '휴대전화와 태블릿PC'라는 문구를 삭제하였다.
- 영장 별지 '압수대상 및 방법의 제한'의 문언과 형사소송법 규정(제219조, 제106조 제3항)을 종합하면 피고인 A의 휴대전화 자체를 이 사건 사무실 이외의 장소로 반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기기 원본 반출이 허용되는 예외적 사정(현장 선별이나 복제본 반출이 현저히 곤란함)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수사기관이 원칙적인 방법을 시도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 검사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현장 선별 압수는 물리적·시간적·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제약사항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우에 따라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휴대전화 자체의 반출이 허용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할 뿐 영장 집행 현장에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의 복제본 획득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
- 법원은 전자정보의 압수 방법에 관한 법리에 따라 당시 피고인 A의 휴대전화를 직접 소재지에서 반출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더라도 수사기관 사무실에서의 전자정보 복제 행위가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서 위법하다고 보았다. 수사기관은 피고인 A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생성해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위 파일에서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있는 전자정보를 탐색·복제 및 출력한 후 그와 무관한 전자정보를 삭제하고 이를 피고인 A에게 통지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 검찰수사관이 피고인 A의 참관 하에 위 이미지 파일을 탐색한 후 위 피고인에게 교부한 이 사건 전자정보목록에는 파일 17개의 이름과 경로, 크기 등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데, 위 파일들은 휴대전화에 설치되어 있는 카카오톡 등 어플리케이션의 DB 파일로서 거기에는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 뿐만 아니라 그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파일들이 특정되어 있다고 하여 영장 기재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선별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까지 압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 DB 파일 등을 복제하는 방법으로 압수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압수목록이나 전자정보 상세목록에서는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되 위와 같은 파일들을 전부 압수·보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부기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 더욱이 위 17개 파일조차도 목록상으로만 특정되어 있을 뿐 실제로 휴대전화 전자정보 전체 이미지 파일에서 추출·복제된 후 별도의 증거파일 또는 선별 이미지 파일로 보관되어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검사는 법원에서 변호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 파일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4)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종료된 이후 수사기관이 해당 휴대전화의 주인을 가장하여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별건 위장 수사를 진행한 경우 영장의 위법한 재집행이라고 본 사례
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0도5336 판결
가) 사실관계
경찰은 대마 매매 및 광고 혐의로 공소외인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이를 집행하여 공소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이 후 피고인이 공소외인의 휴대전화 메신저로 대마 구입 희망의사를 밝히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하고 공소외인 행세를 하면서 해당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피고인에 대해 위장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결국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비롯한 피고인의 소지품 등을 영장 없이 압수한 다음, 법원으로부터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나) 관련법리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에 착수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그 집행을 종료했다면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하여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고, 동일한 장소 또는 목적물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그 필요성을 소명해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것이지, 앞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이 남아있다고 하여 이를 제시하고 다시 압수·수색을 할 수는 없다.
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경찰의 메시지 정보 취득은 영장 집행 종료 후의 위법한 재집행이고 경찰이 휴대전화 메신저 계정을 이용할 정당한 접근권한도 없으므로 피고인과의 메시지 대화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수집한 후속 증거들은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3. 수색할 장소 밖에서의 압수
지난 글에서 작성했던 사건인 H사 부본부장 N이 H사 사무실 밖으로 압수물을 가지고 나와 검사에게 제출하는 방법으로 압수했던 사안에서 법원은 수사기관이 압수할 물건을 제3의 장소로 가지고 오도록 하여 그곳에서 압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압수처분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4. 자 2020보7 결정(대법원 2020. 11. 13. 자 2020모2485 결정으로 확정).
압수는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그 점유를 계속하는 강제처분이고, 수색은 물건 또는 사람을 발견하기 위해 일정한 장소나 물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으로 서로 구별된다. 이 사건 영장은 수색·검증의 장소만을 제한할 뿐, 압수의 장소를 따로 제한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또한 검사가 압수 처분을 할 때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에 대해 물건의 제출을 명령할 수도 있다는 점(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2항)과 함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H사 직원들의 농성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영장을 H 사무실에서 집행하는 것이 매우 곤란했던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검사가 피압수자에게 압수할 물건을 제3의 장소로 가지고 오도록 하여 그곳에서 압수한 사실만으로 그 압수 처분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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